“평범한 사람이 히어로… 용기·위로 주고 싶어요”
인터뷰 기사 2013. 11. 30. 23:23 |이들의 노래는 늘어진 어깨를 기꺼이 토닥토닥해주며 위로해주는 벗이고, 외로운 가슴 한 구석을 찾아가 소리 없이 말을 건네는 다정한 멘토다. 때론 식은땀을 흘리며 열병을 앓는 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미음 같기도 하고, 때론 지친 자신을 스스로 위무하는 피로해소제 같기도 하다.
감각과 선정을 앞세운 요즘 대중음악계의 유행에서 일찌감치 벗어나 일상의 언어로 깊은 울림을 전하는 2인조 여성 듀오 옥상달빛(김윤주, 박세진) 얘기다. 이들이 2년 만에 2집 ‘웨어(Where)’를 내놓았다. 지난 4월 30일 발매된 이 음반은 처음으로 사랑 얘기를 담았다. 신이 주는 고결한 사랑, 아이들의 순진한 사랑, 연인의 달콤한 사랑 등 각종 사랑을 그들의 장기인 일상의 소재로 예쁘지만, 깊은 의미로 담아냈다.
“우리 둘 다 현재 연애를 하고 있는데, 진지한 것도 아니고 풋사랑도 아닌 형태로 사랑하고 있죠. 충실히 연애를 하면서 느끼는 여러 감정을 이번 음반에 많이 담은 것 같아요. 진정한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문제를 풀어봤다고 할까요?”
1집 ‘28’에서 그들은 녹록지 않은 청춘의 현실을 애틋한 가사에 실어 또래의 심정을 끌어안았다. ‘없는 게 메리트’라며 가진 것 없고 보잘것없는 청춘에 자신감을 부여했고, ‘수고했어, 오늘도’라며 스스로에게 위무의 메시지를 던졌다. 새 음반의 수록곡들도 쉽게 넘길 수 없는 가슴 찡한 얘기들이 수두룩하다.
‘그대와 내 맘이 늘 똑같지 않다 해도 그대는 나에게 늘 새로운 사랑이에요’(새로와) ‘힘내요 잘 될 거예요. 그런 말 이젠 지겨워. 내가 꼭 듣고 싶은 이야기는 없어. 오늘만 옆에 있어 줘. 뭘 위로하려고 고민하지 마. 정말로 괜찮아 고마워.’(괜찮습니다) ‘언젠가 세월이 지나서 나를 기억해봤는데 흐릿해졌다고 미안해하지는 마. 난 정말 괜찮아. 이렇게 멋없는 내 곁에 늘 있어준 고맙고 고마운 사람들아.’(유서)
음반은 한 개의 CD를 두 개로 나눈 듯한 구성으로 만들어졌다. ‘새로운 곳이라면 어디든 괜찮습니다’란 소제목에 실린 6곡은 경쾌하고 통통 튀는 리듬의 선율로, ‘세상의 모든 히어로’란 제목에 담긴 5곡은 깊은 감성의 우울한 톤으로 채색됐다.
“‘새로움’에 대한 화두는 연애나 음악에서 늘 꿈꾸던 가치였어요. 사랑을 새로 발견하는 것, 음악에서 답습처럼 이어졌던 3박자를 탈피하는 것들 모두 우리에겐 필요한 작업이었죠. 그래서 이번 음반도 듀오에서 밴드 형식으로 선율의 외연을 좀 넓힌 측면이 있어요.”(김윤주) “‘히어로’란 주제는 그냥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영웅으로 소개해주고 싶었어요. 누구나 히어로가 될 수 있잖아요?”(박세진)
두 사람은 동아방송대 작곡과 동기다. 학교 다닐 때 곡을 쓰면 교수가 ‘약 했느냐’고 물을 정도로 어두운 면을 가진 김윤주와 재미있고 발랄한 작법에 끼가 많은 박세진에겐 ‘순수함’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이들의 가사에 ‘미안해’ ‘고마워’ ‘괜찮아’ 같은 일상적인 언어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보편의 가치에서 가장 큰 감동을 끌어낼 수 있다는 순수한 태도에 기인하는 것이다.
늘 ‘나’와 ‘너’ 등 존재 자체에 대한 가치 발견에 주목하는 두 사람은 “평범함이 주는 특별함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빨리 앞서간다고 꼭 행복해 보이지는 않아요. 숨도 좀 돌리면서 친구들과 수다 떨며 사는 게 행복 아닌가요? 느리게 가되, 재미있게 사는 법을 음악에서 계속 얘기할 거예요.”(옥상달빛)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5020103253003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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